Something Else

시간에 따른 가치의 변화는 나의 소소한 일상부터 적용되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Jason- 2024. 9. 4. 05:58

내가 꿈꾸는 나의 마지막은 바다를 보는 것

 

우리는 우유 한잔, 시리얼 한그릇, 커피 한잔, 아침 식사 등 저마다의 루틴들로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오늘 운동을 할지 말지, 넷플릭스에 새로 나온 시리즈가 있는지 찾을지 말지 등 하루에 수백 수천번의 고민을 하는 것 같다. 내 나이 서른 아홉. 아마 내가 스물 아홉이었을때는 무신경하게 했을 일들이지만, 지금은 자꾸 내 스스로에게 소소한 일들의 가치를 되묻는 나를 발견한다. 왜일까?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었던 행동들이고, 굳이 그 행동들의 가치를 일일이 따지지 않아도 되었었는데, 내게 있어 어떤 변화가 일었던 것일까?

 

시간이다.

내가 나로써 살아가고 숨쉴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성인 남성 기준의 기대 수명은 2024년 현재 80세이다. 즉, 2014년 당시의 나는 대충 세어봐도 50년은 더 살 예정이었고, 사실 이러한 것들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을 정도로 나의 관심 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근 10년의 세월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1) 단순하게는 나의 수명이 기대수명의 반까지 와버렸다. 내가 정말 오래 살아도 80세일 것 같은데, 그것의 반, 50%를 살아버렸다.

2) 더불어 우선 조부모 세대에서 유일하게 살아계시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3) 부모님이 눈에 띄게 늙으셨다. 이제 같이 여행을 다니려 해도 여러가지 조건을 생각해야할 정도로 노쇠하셨다.

4) 나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는 독일로 이민을 왔고, MBA를 졸업하고, 직장을 옮겼으며, 담석으로 인해 무진장 고생을 하고 담낭을 제거하였다. 이후로 계단에서 크게 넘어져 왼쪽 무릎이 아작이 났고, 회사에서도 큰 일을 겪었다.

 

다행히 나는 지금 무사하지만 그간의 크고 작은 일련의 사건들로 하여금 생명의 유한함, 몸의 자유로움의 소중함, 건강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다.

 

즉,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와 주변인들의 병환과, 죽음을 마주하는 슬픔으로 인해, 내가 가진 시간의 유한성이 점점 커져가는 것이다. 때문에 평소에 하던 작은 일들조차 가치가 있는 것인지 전보다 더 생각해보게 되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버릇이 생기면서 소소한 성취감이나 재미를 줄 수 있었을만한 기회들이 자연스레 줄어든다. 설령 무언가를 하더라도 행위 가치 측정에 대한 잡생각으로, 행위 자체에 대한 집중도의 감소로 이어지고 연속성 또한 함께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소소한 일상의 범위나 그 임팩트가 줄어드는 것이다. 내가 가진 생활의 패턴으로 볼 때, 이는 내게 있어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 내가 하는 일에는 어떤 가치가 있는가, 나는 왜 이 일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으며, 자꾸 미루기만 하여 더 큰 문제를 초래하는가 등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오늘 문득 떠오른 이러한 생각을 정리해두고 싶어 몇자 끄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