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민주의의에 근간을 둔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식민지화, 6.25전쟁, 민주화 등 역경에도 버티고 버티며 살아왔으며, 더불어 수십년 간 유례없는 발전을 해왔다.
굳이 적자면 손가락 아픈 K-anything은 최근 우리의 자랑이었다.
그 뒷면에는 추악한 욕심과 고통들이 난무했지만,
누군가는 그 문제들을 해결하리라 생각하며 우리는 우리의 삶에 집중했다.
그렇게 우리는 3권에 대해 무지하게 살았으며, 관심이 없었다.
우리의 삶만 살아도 바쁜 것은 둘째치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작금의 출산율 >0.7 상황을 방증한다.
팬데믹 이전에도 주식, 코인, 부동산 이 3가지 키워드는 한국인들을 들썩이게 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우리의 모든 업이 순간 멈췄으며 고요해졌다.
그 고요한 사이에도 주식, 코인, 부동산의 숫자들은 쉴 새 없이 움직였으며, 그 움직임이 눈에 띄게 포착된 순간 모든 사람들이 그 방향으로 달려들었다. 그 곳에는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보던 일확천금의 행운을 얻고 부유해 진 우리의 이웃들이 있었다.
단순히 티비에서 보던 유명인들이 아니라, 내 주위에 충분히 있을만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은 우리를 흔들었다.
소위 우리가 업이라고 생각하고 해 온 모든 직장와 일들은, 일확천금의 기회들이 보편화되었다는 착시에 의해 차례차례 부정되어졌다.
기회는 항상 그 곳에 있었다. 주식도, 코인도, 부동산도 항상 그 곳에 있었다. 달라진 것은 우리의 시각이었다.
그리고 팬데믹이 가져온 '세상은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이야. 지금 시대의 힘은 돈이야.' 라는 현실감각이 사람들을 마비시켰다.
너도나도 재정 전문가가 되어 빚을 내는 과감한 위험을 짊어지더라도,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하기 위한 결정들을 했다.
반면에 우리가, 사람이, 인간이 지녔던 이념, 가치, 애정, 사랑, 연민, 동질감, 도덕성, 양심, 등 감정과 관련된 가치들은 철저히 배제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를 배우고 실천하는 기업가들에게서조차 볼 수 없을 정도의 철저하고 잔인한 수준의 감정 배제가 진행되었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우스워하는 행동'은 도덕적인 토론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더 이상, '나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리는 일'이 많아지는 것에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
돈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의 List가 늘어났고, 돈이 가지는 힘은 더욱 강해졌다.
돈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이러한 정서적이고 정신적인 것들의 가치는 잊혀지고 희미해졌다.
그렇게 우리 시대의 가치는 돈으로 집중되었고, 집중된 관심들이 모여 돈이 가장 중요한 세상으로 탈바꿈되었다.
돈은 모든 것을 압도했고, 우리는 과거를 잊었다.
우리는 예전에 우리 집 앞 마당을 쓸었다. 눈이 오면 눈을 치웠다.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내가 세금내고 사는데 나라에서 해줘야지 라는 반응 또는 꼰대라는 반응일 것이다.
본인이 지닌 작고 소중한 권리를 삶의 방향성을 바꾸지도 못할 찰나의 '이익'으로 치환시키고, 본인의 훌륭한 객관적 논리를 자위하고 정신승리에 도취되어 중요한 것을 의도적으로 버린다.
배려를 통한 경제적 이득은 0에 수렴한다.
배려를 통해 배신을 당하고 실수가 발생하거나 반사적 손해를 입을 확률은 증가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녀온 가치는 배려에 있었으며,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도 배려에 있다.
세계는 전쟁을 극도로 경계하였으며,
서로 간의 분쟁에 있어서 최대한의 솔직함으로 응대해왔다.
누군가를 환멸, 멸시, 차별하는 행위는 높은 확률로 배척당하며 정의가 우선시 되었다.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정의가 사라졌으며,
나, 그리고 내가 속한 지역, 내가 속한 단체, 내가 이끄는 조직,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나의 특별한 네트워크를 보존하는 것과 그 속에서의 나의 지위, 나의 권력, 나의 자본흐름이 우선이고, 정의는 2순위도 3순위도 아닌, 필요에 의한 수단으로만 사용한다.
혹여 내가 의도적으로 나쁜 짓을 했을지언정, 남이 뭐라고 하면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면 끝이다. 권력과 힘과 돈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제는 그러하다.
파란색이라는 색을 두고도 파란색이라고 할 수 없으며,
붉은색을 두고도, 붉은색을 언급해선 안된다.
이제 우리는 아무것도 맞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 시대는 아무런 경고없이 다짜고자 찾아들지 않았다.
수많은 전조 증상과 신호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외면했다.
가끔 목소리를 내면 더 큰 힘에 의해 찍혔고 눌렸고, 그럴 때 우리는 서로에게 손을 뻗어주지 못했다.
차라리 인터넷의 보급없이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면 우리는 인간으로 살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닉네임이고 우리의 이름은 모두 글자로만 이뤄졌으며, 그 글자가 나를 대표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실존하지 않으며,
현실에 우리의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목소리가 존재하더라도,
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인터넷만 바라보고 있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동일시된다.
우리의 사회는 자본주의이다. 자본주의에서 돈을 혐오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돈은 나의 삶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에 도움이 되며, 내가 안정적이면 나의 주변 사람들이 안정적이 된다.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수단이 돈이다.
어디까지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까지 가져야 하는가.
위의 명제를 지키고 수행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고통이 수반되는 것은 당연시되어야 하는가.
돈을 지녀본 사람들은 인생을 통달한 것인가? 그래서 가지지 못한 자들을 이용하고 비난하는 것이 쉬워도 되는 것인가.
돈이 많을수록 법의 굴레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가능한 지금,
우리도 돈을 많이 벌어서 법의 굴레로부터 멀어지길 바라는가,
아니면, 그러한 현상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노력하다가도 법의 돈이 많아질 기회가 생긴다면 잡을 것인가?
우리의 정신은 어디를 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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